사랑 / 허영숙
길을 걷다가
무작정 길을 걸어가다가
누군가 버리고 간 종이비행기를 주웠다
어디로 날려 보내기 위해 접었을까
생각이 그 키높이 만큼 자랐을 때
보고 싶다는 마음 하나 만으로는
닿을 수 없는 거리에 서있는
그대가 그리워졌다
지금 내가 이고 있는 하늘밑에는
봄꽃이 이미 져서 내리고
상흔위에 돋아나는 새 살처럼
푸른 잎이 피고 있노라고
밤새
늦은 봄날의 안부만 가득 적어서
그대 창문 앞에 날려 보내고 싶었다
돌아 오는 길
미처 따라가지 못한 한마디 추신이
내내 허허로운 등을 두드려 대도
그저
봄꽃이 져서 내린다고만 적어 보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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