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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식

poongkum 2016. 1. 9. 16:03
주도형과 섬세형 내향인은 주변 사람들의 기대를 매우 잘 감지해 낸다. 필요할 때면 철저하게 외향인이 되기도 해서, 제삼자는 그 사람 내면에 내향인 기질이 강하게 자리 잡고 있다는 사실조차 느끼지 못한다. 그런데 자신의 타고난 기질을 장시간 외면하는 행위는 그다지 바람직하지 않다. 휴식과 마음의 평정은 에너지 발산과 적극성만큼이나 반드시 필요한 것이기 때문이다. 내향인은 자신들의 신중한 태도나 조용한 몸짓, 느린 말투가 상대방에게 지루한 사람, 무기력한 사람, 수동적인 사람이라는 인상을 줄까 봐 걱정들을 하는데, 실제로는 그 반대다. 삶이 바쁘고 요란하게 돌아갈수록 시각적으로나 청각적으로 상대방에게 자극을 덜 주는 차분한 사람이 더 인정을 받는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그 대표적인 사례다. 메르켈은 목청 높여 고함을 지르거나 튀는 옷을 입지 않는다. 대신 차분한 태도를 통해 상대방의 신뢰를 얻는다. 조용하고 이성적인 톤으로 말함으로써 자신이 해당 사안을 얼마나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는지, 거기에 얼마나 집중하고 있는지, 전체적 상황을 얼마나 잘 파악하고 있는지를 입증한다. 또한 내향인은 평소에 늘 사려 깊은 태도를 유지하도록 타고난 이들이다. 내향인은 쓸데없는 일에 낭비할 만큼 많은 에너지를 갖고 있지 않다. 지치고 피곤할 때면 내향인은 본능적으로 휴식을 찾는다. 쉬면서 다시 한 번 자신을 추스르고 전두엽에게도 휴식을 주는 것이다. 이렇게 재충전을 위해 반드시 쉬어 주어야만 하는 생리학적 필요성이 약점일 수도 있지만, 그게 오히려 강점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독일의 저널리스트이자 작가인 잉가 미힐러Inga Michler와 가수 출신의 방송인 마르틴 숄츠Martin Scholz는 빌 게이츠와 인터뷰를 한 적이 있는데, 무엇보다 그의 차분함이 매우 인상적이었다고 기록했다. 58세의 빌 게이츠는 베를린 아들론 호텔의 스위트룸에 들어서면서부터 이미 걸음을 멈추고 숨을 골랐다. 미소를 띤 채 모여 있던 이들과 부드럽게 손을 마주 잡으며 악수를 나눈 뒤에 비로소 자리에 착석했다. 이때 그의 왼손은 바지 주머니 속에 있었다. 모든 제스처나 표현은 오른손의 몫이었다. 그는 그렇게 거의 한 시간을 앉아 있었다. 상황에 매우 집중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여유 있는 모습이었다. 그 모습을 보니 마치 ”이보세요, 별일도 아닌데 야단법석 떨지 마세요“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는 것 같았다. 한마디로 그는 매우 여유로운 이 시대의 거물이었다. 차분한 태도는 분명 효과를 발휘한다. 상대가 누구냐, 상황이 어떠하냐에 따라 차분한 태도는 상대방에게 사려 깊음과 인내심, 고상함, 주의 깊음, 위로 등을 전달한다. 외향인도 차분한 태도를 확신과 신뢰, 집중의 동의어로 간주한다. 따라서 내향인은 너무 겁먹지 말고 자신의 타고난 천성에 충실하면 된다. 급하게 덤비지 말고 하나씩 하나씩 차분히 일들을 처리해 나가면 되는 것이다. 예컨대 다음과 같은 상황들에서 어떻게 차분함을 발산할 수 있는지 한번 살펴보자. 누군가가 내 조언을 필요로 할 때 |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자. 용기를 줄 수 있는 표정으로 상대방을 가만히 쳐다보자. 침묵은 생각의 깊이를 더한다. 스스로 해결책을 발견할 수 있도록 그 사람에게 시간을 주자. 누군가가 질문 공세를 퍼부을 때 | 잠시 숨을 고르면서 무엇이 적절한 답변인지 생각해 보자. 질문을 받자마자 속사포처럼 답변을 제시해야 인정과 주목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여유와 신중함은 불안함의 상징이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로 확신에 차 있다는 인상을 심어 줄 수 있다. 분위기가 험악해졌을 때 | 내향인은 갈등 안에 내포된 다양한 단면을 발견하고 다각도에서 조명하는 능력을 지녔다. 숨을 고르고 현재 상황을 가만히 분석해 보자. 침묵과 휴식, 나아가 차분하지만 확신에 찬 어조는 흥분을 가라앉히는 최상의 도구라는 사실은 이미 수차례 입증된 바 있다. 사람들 앞에서 연설을 해야 할 때 | 첫 마디를 내뱉기 전에 숨을 깊게 들이마시자. 발성법을 가르치는 트레이너들 역시 마찬가지의 조언을 하고 있다. 내가 깊은 호흡으로 집중력을 높이는 동안 청중들의 기대감은 높아진다. 그와 더불어 덮어놓고 입부터 여는 사람이라는 인상을 심어 줄 위험을 방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