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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델만 교수 인터뷰
poongkum
2014. 7. 22. 22:40
텔로미어 표적 항암물질을 임상시험 중인 미국 메릴랜드대 그린바움암센터 후세인(위)에델먼 교수.
세포는 원래 50번쯤 분열하다가 멈춘다. 이후엔 세포가 노화해 죽는다. 반면 암세포는 끊임없이 분열한다. 암세포가 무한 분열하는 이유를 찾아 막으면 암을 치료할 수 있지 않을까.
답은 텔로미어(telomere)에 있다. 텔로미어는 염색체의 끝부분으로 세포가 분열할 때마다 길이가 짧아진다. 텔로미어가 다 없어지면 염색체에 든 DNA가 흘러나올 수 있다. 텔로미어가 너무 짧아지면 세포가 분열을 멈추는 이유다.
그렇다면 암세포는 어떻게 세포 분열을 계속할까. 텔로미어가 짧아지지 않도록 활성화시키는 텔로머라제라는 효소 때문이다. 텔로미어와 텔로머라제에 관한 연구는 2009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았다. 수명을 늘리거나 암을 치료하는 데 실마리를 제공했다는 평가다.
실제로 최근 7~8년 사이 전 세계에선 이를 표적으로 한 신약개발이 한창이다. 아직 제품화에 성공한 약물은 없다. 이 가운데 미국 국립보건원(NIH)에서 연구비 전액을 지원받아 텔로미어 표적 항암물질을 임상시험 중인 연구자가 방한했다. 지난달 22일 한양대에서 열린 국제 심포지엄 ‘텔로미어 표적 항암치료의 현재와 미래’에 발표자로 서기 위해서다. 미국 메릴랜드대 그린바움암센터 폐암연구소장인 마틴 J 에델먼 교수와 이 연구소 비뇨기암 전문가 아리프 후세인 교수다. 23일 이들을 만나 텔로미어 표적 항암제의 가능성에 대해 들어봤다.
-텔로미어 작용을 활용해 암을 막을 수 있나?
에델먼=세포 분열을 계속하게 하는 효소 텔로머라제는 약 85%의 암에 존재한다. 텔로머라제의 작용을 차단하는 약물을 쓰면 암세포만 선택적으로 치료할 수 있다. 정상 세포엔 영향을 미치지 않으면서 여러 암을 치료하는 게 궁극적 목표다. 텔로미어와 텔로머라제를 표적화하면 매우 뛰어난 항암제가 될 거다.
-임상시험 중인 항암물질은 어떤 건가?
에델먼=한국의 한 벤처회사가 특허권을 가진 물질(KML001)이다. 초기에 이 물질을 연구했던 캐나다 안젤리카 버거 박사의 소개로 알게 됐다. 2005년 폐암세포에 대한 전임상시험을 했는데 항암효과가 탁월했다. 인체에도 항암효과가 있는지, 안전한지, 복용량은 어느 정도가 적당한지 등을 알아보고자 임상시험을 진행하게 됐다.
후세인=이 물질은 텔로미어를 표적으로 한다. 암세포에는 텔로미어 외에도 많은 표적이 있는데, 이는 여러 표적에 다양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제대로 작용한다면 여러 암과 다른 질환에도 효과를 낼 수 있다.
-임상 1상은 어떻게 진행됐나?
에델먼=지난해 FDA의 승인을 받아 말기 고형암 환자 15명을 대상으로 시험했다. 전임상 결과를 토대로 이 물질과 기존 항암제 시스플라틴을 병용했다. 두 약물을 따로 썼을 때보다 같이 쓸 때 효과가 높았기 때문이다. 실제 몇몇 환자에게서 시스플라틴만 썼을 때보다 암 크기가 줄어들었다. 1상이 끝나지 않은 상태라 구체적으론 공개할 수 없다.
-기존 치료에 실패했던 환자도 가능성 있나?
후세인=항암제가 잘 듣지 않는 이유 중 하나가 암 줄기세포 때문이다. 항암제에 강한 저항력을 보인다. 전임상 결과, 이 물질은 다른 약물에 비해 암 줄기세포를 더 많이 공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매우 초기 단계이나 흥미로운 결과다. 지금까지 미국과 독일에서 임상 1~2상이 진행됐고, 현재 한국에서도 일부가 진행 중이다(서울아산병원 전립선암·서울대병원 뇌종양·삼성서울병원 폐암·한양대병원과 순천향대병원 간암·세브란스병원 담도암 등). 그러나 연구가 초기 단계인 데다 복잡해 신약개발을 확신하긴 어렵다.
이주연 기자
☞ 텔로미어=염색체의 말단 부위에 위치한다. 세포가 분열할 때마다 길이가 조금씩 짧아지는 게 특징이다. 세포 분열 시 염색체 속 DNA가 분해되지 않도록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신발끈의 끝이 풀리지 않도록 싸맨 플라스틱 캡과 비슷하다. 텔로미어가 너무 짧아지면 세포 분열을 하지 않는다. 반면 암세포는 텔로미어가 짧아지지 않아 계속 분열한다. 효소 텔로머라제가 텔로미어가 짧아지지 않게 활성화시켜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