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음악

멀리 있는것은 아름답다

poongkum 2008. 10. 22. 15:53
해넘이 보려고 단풍 번지는 산을 올랐다
해가 지고도 하늘과 바다는 오래도록 붉었다
바다에서 넋을 건져 뒤돌아보니
빈틈도 없이 빛나는 색등
내가 사는 도시가 저리 아름답다니
산으로 와 저만큼의 거리를 두고 설 때에야
내 떠나온 도시는 아름답구나

해가 지는 섬 마을은
날마다 서산에다 해를 묻고는 밤이 되면
고단한 육신들이 불을 켜고
간간한 사투리로 소곤대는데
쩍쩍 갈라진 손등에 앙금처럼 어둠이 고여 쓰릴 것이나
멀리 보이는 마을은 아름답다
거리(距離)를 둘 때만 모든 것은 아름답다

아침 햇살을 받는 바위산 틈새에
태풍이 지난 나뭇잎들 색색이 붉어
멀리 있는 것은 눈부시구나
떠나온 것들은 모두 아름답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