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음악

가을에는 ...최영미

poongkum 2008. 1. 20. 12:33
가을에는

내가 그를 사랑한 것도 아닌데
미칠 듯 그리워질 때가 있다.

바람의 손으로 가지런히 풀어놓은 뭉게구름도 아니다

양떼구름도 새털구름도 아니다
FONT color=#804040 size=2 face=Verdana>아무 모양도 만들지 못하고 이리저리 찢어지는
구름을 보노라면 내가 그를 그리워한 것도 아닌데
그가 내 속에 들어온다

뭉게뭉게 피어나 양떼처럼 모여 새털처럼 가지런히
 접히진 않더라도 유리창에 우연히 편집된 가을 하늘처럼
한 남자의 전부가 가슴에 뭉클 박힐 때가 있다.

무작정 눈물이 날때가 있다. 가을에는...
 오늘처럼 곱고 투명한 가을에는 이 세상에서 가장 슬픈
 표정으로 문턱을 넘어와 엉금엉금, 그가  내 곁에 앉는다
그럴때면 그만 허락하고 싶다

사랑이 아니라도, 그 곁에 키를 낮춰 눕고 싶다.

글: 최영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