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모음
배부른 산
poongkum
2007. 1. 13. 22:02
배부린 산이 배부른 산으로 변한 것은
글자 한자의 차이지만 그 뜻은 정반대인지도 모른다
지선이의 말에 의하면 옛날 이 산봉우리는
용궁 가는 나루터라고 한다
그 물결 출렁이고 용궁으로 떠나는 사람들이
내 유년의 꿈 속에 보이곤 했는데
바닷물이 마른다
천년 쯤서 말라 들어와 입술을 타 태우고
드디어 영혼까지 다 태우려는
그 소리 되살아 나는 가뭄이 드는 때는
온 마을이 슬픔에 잠긴 채 하루를 꼬박 굶어 눈물이 되고
사나흘 계속해서 더 굶어 그 속에 주저 앉는다
옛날은 접어 두고 마을 사람들은 다 잊었는가
곳간 속에 쌀가마나 쌓아둔 산은
이제 효험이 끊겼는가
날마다 허리띠 졸라매고 두 손을 모아 비는 사람들 곁에서
서낭나무는 눈을 감는데
온 마을을 움켜쥔 채 귀를 막는데
바닷물이 마른다 천년 쯤서 말라 들어와
항시 되살아 나는 배부른 산 밑 내 고향
배부른 산 밑 내 고향